티스토리 뷰

트럼프 행정부의 삼중주: 관세, 감세, 규제완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정책은 단순히 관세 부과만이 아닌 '관세-감세-규제완화'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많은 언론이 관세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베센트 재무장관도 강조했듯이 이 세 가지를 함께 고려해야만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청사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장 분석가들은 대체로 이 세 요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합니다.

 

  • 관세: 단기적 충격과 인플레이션 압력 (부정적)
  • 감세: 기업 및 투자자 활동 촉진 (긍정적)
  • 규제완화: 비즈니스 환경 개선 (긍정적)

 

그러나 이러한 방정식에 빠진 중요한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재정적자'입니다.

 

 

재정적자: 감세 정책의 아킬레스건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하원을 압박하며 대규모 감세안 통과를 종용하고 있지만, 가장 큰 장애물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른 미국의 재정적자입니다. 원래 계획은 관세를 통해 세수를 확보하고 이를 감세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었으나, 현실은 그리 순탄치 않습니다.

 

영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원론적 합의만 이루어진 상태이고, 다른 주요 무역국들과의 협상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리고 최근 3대 신용평가사 모두가 미국의 최고 신용등급을 박탈한 사건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더욱 증폭시켰습니다.

 

국채 시장은 이미 불안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30년물 국채 금리가 1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무디스는 미국 국채 위험이 과소평가되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미국의 재정 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달러 약세 정책의 딜레마

지난 5월 초,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마러라고 합의'(미국-러시아-라트비아-고메즈)라 불리는 제2의 플라자 합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1985년 플라자 합의 당시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달러 정책에 대한 견해차가 존재합니다.

 

  • 강경파(라이트하이저, 피터 나바로, 스티브 미란): 적극적인 달러 약세 정책 지지, 심지어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에 세금 부과 제안
  • 온건파(베센트 재무장관): 공개적으로는 강달러 지지 발언, 환율을 무역협상의 의제로 삼지 않겠다는 입장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달러의 국제적 위상입니다. 달러가 기축통화인 현실에서 무리한 약달러 정책은 오히려 달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글로벌 반응: 달러 헤게모니에 대한 도전?

최근 국제 경제 동향은 미국 달러 중심 체제에 대한 도전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 EU가 CPTPP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모색하며 미국 의존도 감소 시도
  • 중국의 미국채 보유액이 세계 2위에서 3위로 하락
  • 일본 재무상이 미국채를 무역 협상 카드로 언급(후에 번복)
  • 미국의 3월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 기록

 

이러한 상황에서 제2의 플라자 합의를 통한 인위적 달러 약세 정책은 오히려 달러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더욱 약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역사의 교훈: 플라자 합의와 루브르 합의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달러가 급격히 약화되자, 불과 1년 반 만에 미국은 루브르 합의(1987년)를 통해 달러 약세를 제동을 걸어야 했습니다. 이는 2가지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1. 달러 약세로 인한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
  2. 달러 패권의 약화에 대한 우려

 

당시 미국은 루브르 합의를 통해 상대국의 수요 팽창 정책을 요구하며 달러 약세 기조를 중단했습니다. 이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참고해야 할 중요한 역사적 선례입니다.

 

결론: 제2의 플라자 합의는 가능한가?

신용등급 강등, 재정적자 심화, 달러에 대한 신뢰 하락 등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베센트 재무장관이 주도하는 보다 신중한 접근법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단기적인 관세 부과와 감세를 통한 경기 부양을 추구하면서도, 달러 약세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정책은 자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실제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시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국채 시장의 동향과 달러 가치 변화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