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지난 10년 넘게 투자자들의 뇌리에 박힌 강력한 도그마가 하나 있습니다. “결국 승자는 미국이다.” S&P 500이 전 세계를 압도하는 동안, 해외 주식(Ex-U.S.)에 분산 투자하라는 조언은 수익률을 갉아먹는 고리타분한 잔소리처럼 취급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점 앞에 서 있을지도 모릅니다. “현재 우리의 포트폴리오는 ‘최근 편향’에 갇혀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1. 1995년의 향기: 30년 만에 찾아온 역전

2025년 초부터 시작된 미국 외 시장의 반등은 심상치 않습니다. 1995년 이후 ‘미국 대비 해외 주식’의 성과가 이토록 압도적이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이런 현상을 ‘일시적인 반짝 상승’으로 치부하곤 합니다. 하지만 시계를 조금 더 넓혀 5년 수익률을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됩니다. 독일, 한국, 그리고 글로벌 소형 가치주들이 이미 S&P 500의 성과를 앞지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빅테크의 화려함에 가려져 우리가 보지 못했던 ‘평균으로의 회귀(Mean Reversion)’가 이미 진행 중일지도 모른다는 신호입니다.

 

 

2. 달러라는 장막을 걷어내면 보이는 것들

해외 주식의 선전을 단순히 ‘달러 약세’ 때문으로만 해석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물론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미국 외 자산의 가치는 환차익 덕분에 올라갑니다.

 

하지만 본질은 그보다 깊습니다. 현지 통화 기준으로도 유럽과 아시아 시장은 올해 S&P 500을 이기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환율에 기댄 운이 아니라, 해당 국가 기업들의 펀더멘털과 저평가된 밸류에이션이 드디어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입니다.

 

 

 

3. 구조적 변화: 탈세계화와 주주 환원

미국 주식의 독주를 지탱하던 힘은 강력한 기술적 우위와 글로벌 공급망의 정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 재정의 시대: 공급망 재편과 탈세계화 흐름 속에서 각국 정부는 앞다투어 재정 지출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외 국가들의 내수와 기반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 거버넌스의 진화: 그동안 해외 주식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낮은 주주 환원’이 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밸류업 정책이나 일본의 기업 개혁처럼, 주주 친화적인 정책이 자본 시장의 룰을 바꾸고 있습니다.

 

4. 예측이 아닌 '분산'의 가치

국가별 수익률 순위표를 보면 한 가지 명확한 진리가 보입니다. 어떤 국가가 내년에 1등을 할지 맞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몇 년간 많은 투자자가 ‘국가별 분산 투자’를 포기했습니다. 미국이 너무 강력했기에 분산은 곧 손해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역사는 승자가 영원할 수 없음을 증명합니다. 지금처럼 모두가 미국만을 바라볼 때, 조용히 고개를 드는 해외 시장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자산 배분의 본질’을 다시 일깨워줍니다.

 

 

마치며....

미국 기술주의 지배력이 여전하다는 의구심은 타당합니다.

우리는 미국 주식이 ‘좋아서’ 들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지난 10년의 성과가 ‘미래에도 반복될 것이라는 착각’ 때문에 들고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