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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분산투자 했는데 왜 다 같이 떨어지지?"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가진 투자자들이 공통적으로 겪은 경험이다. 주식도 채권도 동시에 하락하면서, 글로벌 60/40 포트폴리오는 약 -8%의 손실을 기록했다. 분산투자의 기본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원래 60/40 포트폴리오의 논리는 간단하다. 경기가 나빠지면 주식은 떨어지지만, 그때 금리도 내려가고 채권 가격은 올라가서 손실을 상쇄해준다. 이 구조가 1990년대 이후 약 30년간 작동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메커니즘이 무너졌다.

 

 

왜 주식과 채권이 같이 떨어지나

이유는 하나다. 지금은 두 자산이 동일한 변수, 즉 금리(할인율) 에 의해 함께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주식 하락은 주로 '경기 침체 우려'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채권 가격이 오르면서 완충 역할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이번 하락의 원인은 경기 붕괴가 아니라 '성장 개선 없는 금리 상승', 즉 스태그플레이션형 충격이다. 이 경우 주식도 채권도 동시에 압박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포트폴리오 안에서 분산이 일어나지 않는다. 자산 종류만 다를 뿐, 동일한 리스크에 두 배로 노출되어 있는 구조다.

 

 

진짜 문제 — 주식이 금리에 장기채보다 더 크게 흔들리는 자산이 됐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하나 있다. 듀레이션이다.

듀레이션이란 쉽게 말해 "내가 투자한 돈을 얼마나 먼 미래에 돌려받느냐" 의 문제다. 만기 30년짜리 채권은 만기 3년짜리보다 듀레이션이 길고, 그만큼 금리 변화에 더 크게 흔들린다. 이건 채권 투자자에게 익숙한 개념이다.

 

그런데 주식도 듀레이션이 있다. 지금 당장 배당을 많이 주는 고배당주는 듀레이션이 짧고, 먼 미래의 성장 기대에 의존하는 성장주는 듀레이션이 길다. 원래 주식은 금리보다 경기에 베팅하는 자산이었다. 경기가 좋으면 이익이 늘고, 나빠지면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 채권과는 다른 종류의 리스크를 가진 자산이었기 때문에 두 자산을 함께 보유하는 분산투자가 의미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구조가 바뀌었다. 글로벌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은 높고 배당수익률은 낮다. 지금 당장 받는 현금보다 5~10년 후 기대 이익의 비중이 훨씬 커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금 주식의 듀레이션은 역사적 고점 수준까지 올라왔고, 금리 민감도 측면에서 장기채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상태가 됐다.

 

엔비디아를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쉽다. 지금 당장의 이익보다 먼 미래의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고 사는 주식이다. 금리가 오르면 그 '미래 돈'의 현재가치가 낮아진다. 그래서 금리가 오를수록 크게 하락하는 것이다.

 

즉 지금 포트폴리오 안에는 경기 리스크에 베팅하는 자산과 금리 리스크에 베팅하는 자산이 섞여 있는 게 아니다. 주식과 채권 모두 금리 리스크에 함께 노출된 구조가 됐다. 리스크의 종류가 바뀐 것이다. 이것이 지금 분산이 작동하지 않는 근본 이유다.

 

 

다음 단계가 더 문제다 —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

지금까지는 금리 상승이 1차 충격이었다. 그런데 2차 충격이 남아 있다.

 

에너지 충격이 실물 경제로 번지며 성장 둔화가 현실화되면, 투자자들은 주식과 회사채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이다. 주식을 그 가격에 살 이유가 없어지면 주가는 추가로 떨어진다.

 

현재 글로벌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상승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채권도 인플레이션과 재정 적자 우려로 추가 약세 가능성이 있다. 결국 다음 국면에서는 금리와 리스크 프리미엄이 동시에 상승하며 두 자산을 함께 짓누르는 구조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은 자산 종류를 바꾸는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듀레이션을 줄이는 것이다.

 

- 가치주, 고배당주: 지금 당장 현금을 돌려주는 자산. 금리 충격에 상대적으로 방어적이다

- 실물자산, 원자재, 인프라: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채권의 헤지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 장기 성장주 비중 재검토: 먼 미래 이익에 베팅하는 자산은 지금 환경에서 가장 취약하다

- TIPS (물가연동채): 전통 채권보다 인플레이션 환경에 강하다

 

지금 시장에서 분산은 자산 종류로 만드는 게 아니다. 금리 변화에 얼마나 덜 민감한 자산을 담느냐, 즉 듀레이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게임이 됐다. 우리는 주식과 채권을 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금리 리스크에 100% 베팅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들고 있는지도 모른다.